풍자와 상상력으로 그려 낸 모험의 세계
이탈리아 어린이 문학의 걸작 《피노키오의 모험》이 주니어 클래식 다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즐거운 일만 찾아 나서는 말썽쟁이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가 착한 아이로 성장하는 과정이 담긴 이 이야기는 1881년 연재되던 당시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말썽쟁이 피노키오가 착한 아이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린이 독자들은 착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진정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피노키오는 힘든 일을 피하고 즐거운 일만 좇다가 위험에 빠진다. 할아버지가 사 준 책을 팔아서 인형극을 보다가 인형 극단 단장에게 붙잡혀 장작이 될 뻔하고, 사기꾼의 꾐에 빠져 돈을 전부 빼앗기고, 장난감 나라에 갔다가 당나귀가 된다. 이렇듯 목숨을 넘나드는 위험을 겪을 때마다 착하게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새로운 유혹에 넘어가서 또 다른 위험에 처하곤 한다.
따라서 독자는 피노키오가 빨리 착한 아이가 되길 바라게 된다. 어른들 말을 잘 듣고, 근면하고 정직하게 일하고 공부하며, 책임감을 가지는 아이 말이다. 실제로 피노키오는 제페토 할아버지와 요정을 위해 자신의 새 옷을 포기하고 밤늦게까지 일할 줄 알게 된 후에야 꼭두각시 인형에서 벗어나 진짜 아이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교훈이 《피노키오의 모험》의 전부는 아니다. 작가 카를로 콜로디는 날카로운 풍자로 당시의 부조리한 세태를 꼬집어 냈다. 피노키오가 위험을 겪는 건 피노키오가 말썽꾸러기여서만은 아니다. 피노키오가 사는 세계는 유독 폭력적이고 부조리하다. 농민과 수공업자는 가난하고, 어른들은 순진한 어린이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이익을 챙기며, 판사는 불공정한 판결을 내린다. 피노키오는 캄캄한 한밤중에 쫓기고 갇히고 잡아먹힐 뻔하길 반복하며 깨달음을 얻고 결국 성장한다. 원작 완역으로 충실하게 담아낸 흥미진진한 세계를 피노키오와 함께 모험하다 보면, 풍자와 상상력이 주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카를로 콜로디가 꿈꾼 새로운 이탈리아
《피노키오의 모험》의 작가 카를로 콜로디는 군인이자 저널리스트로서 이탈리아 독립의 열렬한 지지자였고, 이탈리아가 불안한 상황을 탈피하고 강한 나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으로《피노키오의 모험》을 집필하였다. 피노키오가 사는 위험한 세계는 여러 왕국으로 갈라져 있던 이탈리아가 통일된 직후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애국심에서 비롯된 날카로운 풍자와 희화화는 《피노키오의 모험》에 극적인 재미와 긴장감을 한층 더해 준다.
피노키오는 어둠과 절망의 세계에서 결코 무너지거나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말썽을 피우며 점차 성장한다. 거짓말은 부끄럽고 정직함은 좋은 것이라는 사실, 도움을 주고받는 법, 근면하게 일하는 보람과 기쁨을 조금씩 깨달아 간다. 그리하여 꿈에서 깨어난 피노키오는 결국 우스꽝스러운 꼭두각시 인형이 아닌 활발하고 잘생긴 소년의 몸에서 눈을 뜬다. 이렇게 순종, 정직, 근면이라는 덕목을 갖춘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바로 카를로 콜로디가 고안했던 새로운 이탈리아의 미래이다.
당시의 이탈리아를 위해 쓰인 작품이기 때문에, 《피노키오의 모험》의 메시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눈앞의 부조리와 혼란을 직시하고 그 해결 방법을 고민하는 태도는 언제 어디에서 살든 꼭 필요한 일이다. 어린이 독자들도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현재를 고민하며 이 작품을 읽길 권한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어린이 상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지은이 : 카를로 콜로디 Carlo Collodi
1826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카를로 로렌치니이다. 어머니의 고향 콜로디 마을에서 필명 ‘콜로디’를 따왔다. 군인으로 이탈리아 독립 전쟁에 참여했으며, 직접 정치 풍자 신문을 창간해 활동하기도 했다. 대표작 《피노키오의 모험》은 이탈리아 최초의 어린이 잡지에서 연재와 동시에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피노키오의 모험》은 이탈리아에서만 백만 부 이상 팔리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으며 아동 문학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그린이 : 펩 몬세라트 Pep Montserrat
1966년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다. 바르셀로나의 로차예술학교와 에이나예술학교에서 미술과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다. 1998년부터 바르셀로나의 마사나예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스페인과 미국 등의 여러 신문과 잡지의 삽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1998년에 IBBY 영예 리스트를 비롯해서 수많은 상을 받았다.
옮긴이 : 이현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 및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비교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탈리아 대사관 주관 제1회 번역 문학상, 이탈리아 정부에서 주는 국가 번역상을 수상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이탈리아어 통번역학과 조교수를 지냈으며, 지금은 같은 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공학의 명장면 12》《‘아니요!’라고 당당히 말해요》외 여러 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