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 (세상 끝에서 경이로운 생명들을 만나 열린 나의 세계)
나이라 데 그라시아
2023. 10. 26
21,000원
376 / 페이지
9791156754367

“과학자가 보여주는 남극의 삶이 매 순간 짜릿하고 놀라운 이 책을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권한다.” 
_최재천(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회고록, 환경 저술, 과학적 탐구가 매력적으로 엮인, 자기 성찰적이면서 흥미로운 이야기”
_《커커스리뷰》 

“독자들을 남극의 여름, 생명의 세계로 완전히 끌어들인다.”
_《라이브러리저널》 

세상 끝에서 경이로운 생명들을 만나 열린 세계에 대하여 자연 다큐멘터리 이상의 생생한 관찰과 여느 문학작품에서도 본 적 없는 시적인 묘사로 남극의 모습을 담아낸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가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 나이라 데 그라시아는 젊은 과학자다. 그는 실험실에서 연구에 매진하거나 논문을 읽고 쓰는 일에 몰두하는 생물학자들과는 다른 이력을 쌓아왔다. 하와이의 외딴섬, 사모아 제도, 베링해, 캘리포니아 먼바다 등 자연을 누비며 현장 연구자로서 일해온 그는, 한편으로는 미래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평범한 청년 중 하나다. 전공인 ‘과학’의 곁에서 맴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로를 살려야 할지 확신도 없다. 그러던 그가 미국 해양대기청(NOAA) 소속 생태계 모니터링 연구자 자격으로 기후 변화가 남극 생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남극으로 떠난다. 남극은 현장 연구자들에겐 ‘궁극의 연구 장소’로 통하는 곳이자, 외딴섬을 전전하면서 “내가 가는 이 길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41쪽)는 저자의 시선이 마침내 가닿은 곳이기도 하다. 

저자는 네 명의 동료와 함께 가장 가까운 다른 육지가 1,000킬로미터쯤 떨어진 남극 대륙, 그곳의 북쪽 끄트머리인 남극반도와 인접한 리빙스턴섬 시레프곶에 첫발을 디딘다. 펭귄의 번식기인 남극의 여름을 중심으로 보낸 5개월 동안 저자는 우리와 비슷하거나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기도 한 매력적인 동물들을 살피며 생태 관찰이란 목적 이상의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가 전부가 아님을 깨닫는다. 

“나는 높은 바위 위로 올라가서 고래가 먹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거기서 내려다보니 캠프에서 2~3킬로미터쯤 떨어진 길쭉하고 평평한 빙하 위에 펭귄이 가득했다. 그 사방에서는 고래들이 물 밖으로 주둥이를 내밀고 먹이를 먹고 있었다. 짙은 구름이 낮게 깔려 고래들과 그리 멀지 않은 수평선을 지워서였을까. 그 순간 내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이 아주 가깝고 친밀하게 느껴졌다. 갈매기와 고래, 펭귄, 그리고 내가 저 뭉실뭉실한 회색빛 담요 아래에서 옹기종기 함께 웅크리고 있는 듯.”(106쪽) 

적막을 깨는 생명의 소리로 가득한 남극의 자연과 그 속에서 생물학자로서, 수십 억 명의 한 인간으로서 마주하는 경이로움이 시적으로 직조된 이 책은, 어느 과학자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선사한다.

지은이_나이라 데 그라시아(Naira de Gracia)

생물학자. 어릴 때부터 저널리스트인 부모, 그리고 형제와 함께 세계 곳곳에서 살았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에서 대학을 다녔다. 생물학 학사 과정을 마친 후, 하와이의 외딴섬들, 남극, 사모아 제도, 베링해, 캘리포니아 먼바다에서 6년 동안 현장 연구자로 일하며 경험한 일들을 꾸준히 글로 남겼다. 현재 뉴질랜드 웰링턴에 살고 있다.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는 그가 쓴 첫 책으로, 자연 속에서 발로 뛰는 학자로 살아온 저자가 가장 가까운 다른 육지가 1,000킬로미터쯤 떨어진 남극에서 매일 펭귄을 관찰하며 보낸 5개월 동안 보고 듣고 느끼고 떠올린 것들을 담은 회고록이다. 남극의 길고 추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올 무렵, 네 명의 동료와 함께 남극에 처음 발을 디딘 저자는 번식기를 맞이한 펭귄이 알을 낳고, 그 알에서 새끼가 태어나고, 그 새끼가 자라서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성체가 되기까지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지켜본 생생한 목격담을 생물학자의 시선과 수십억 명의 인간 중 한 사람의 시선으로 전한다.

옮긴이_제효영

성균관대학교 유전공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는 《우울에서 벗어나는 46가지 방법》, 《과학이 사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 《과학은 어떻게 세상을 구했는가》, 《몸은 기억한다》, 《메스를 잡다》 외 다수가 있다.

프롤로그

1부. 봄: 알을 낳기 시작하다
1. 10월 중순
2. 10월 말
3. 11월 초
4. 11월 중순

2부. 여름: 알을 깨고 나오다
5. 11월 말
6. 12월 초
7. 12월 중순
8. 12월 말

3부. 늦여름: 무리 짓기에 들어가다
9. 1월 초
10. 1월 중순
11. 1월 말
12. 2월 초

4부. 가을: 바다로 나가다
13. 2월 중순
14. 2월 말
15. 3월 초
16. 3월 중순

에필로그
감사의 말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세상과 뚝 떨어진 추운 섬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각자의 사생활을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야 한다. 몸은 거친 날씨에 시달리고 정신은 해야 할 일의 압박감에 시달리긴 하지만, 생생한 아름다움이 마음을 어루만진다. 이 냉혹한 섬에서 야생의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고, 이따금 자신의 냉혹한 본질과 마주한다. 상점도 없고 도로도 없다. 텔레비전도, 누가 먼저 걸어간 자취도 없다. 내 마음을 흩뜨리는 방해 요소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외로이 서 있는 오두막과 동료들, 바람, 바위, 그리고 펭귄이 있을 뿐이다.
--- p.17~18


모든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개개인의 특징이 전부 달라서, 100만 명이 있으면 100만 명 모두가 제각기 다르다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 눈에는 얼핏 펭귄은 다 똑같아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펭귄도 인간만큼 개성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채로운 펭귄들의 개성이 눈에 들어오자, 나는 성취욕이 강한 펭귄부터 뭐든 마음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펭귄, 예술적인 혼돈을 좋아하는 펭귄, 실수투성이 펭귄처럼 펭귄들에게 인간의 특징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 p.76

현장 연구자는 소수만 아는 세상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인간 사회가 연구 대상에게 주는 피해를 가까이에서 확인한다. 현장에서는 인간이 “자연”과 분리되어 있다거나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일부인 생태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수가 없다. 남극 같은 외딴섬에서 일하느라 세상과 분리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해도 그건 고독한 생활이 만들어내는 착각일 뿐이다. 사회는 남극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깊숙이 얽혀 있고, 그 사실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 기후 변화가 끼치는 막대한 영향이다. 그 영향으로 생태계는 깊은 곳까지 서서히 흐트러지고, 변화하고, 요동치고 있었다.
--- p.85

나는 높은 바위 위로 올라가서 고래가 먹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거기서 내려다보니 캠프에서 2~3킬로미터쯤 떨어진 길쭉하고 평평한 빙하 위에 펭귄이 가득했다. 그 사방에서는 고래들이 물 밖으로 주둥이를 내밀고 먹이를 먹고 있었다. 짙은 구름이 낮게 깔려 고래들과 그리 멀지 않은 수평선을 지워서였을까. 그 순간 내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이 아주 가깝고 친밀하게 느껴졌다. 갈매기와 고래, 펭귄, 그리고 내가 저 뭉실뭉실한 회색빛 담요 아래에서 옹기종기 함께 웅크리고 있는 듯.
--- p.106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생명이 있는 곳엔 늘 죽음이 바짝 붙어 있다. 모든 힘은 먹이사슬을 따라 이동해야 한다. 물개와 펭귄이 크릴을 사냥하듯 얼룩무늬물범은 새끼 물개를 팝콘 집어 먹듯 먹어 치우고, 도둑갈매기는 새끼 펭귄을 훔쳐 간다. 나는 생물학자로서 모든 생명은 죽기 마련이고 다른 생물에게 먹힐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런 추상적인 지식과, 둥지에 있던 새끼 펭귄이 도둑갈매기에게 붙잡혀 질질 끌려가다가 갈매기 입속으로 몸이 3분의 1이나 먹힌 상태에서도 아직 달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계속 발버둥 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
--- p.114~115

해변에 그렇게 많은 펭귄이 모여 있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밤이 되자 해변은 짝이 있는 둥지로 돌아가려고 막 바다에서 나온 펭귄들로 북적였다. 밝은 분홍색 발들은 젖은 회색 바위와 대조를 이루고, 윤기가 흐르는 하얗고 까만 털은 새로 털갈이를 한 듯 말쑥하고 깔끔했다. 그런 펭귄들이 바위 위에 잔뜩 무리 지어 신나게 떠들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근처에서 배를 내놓고 느긋하게 누워 있던 웨들해물범 한 마리가 나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펭귄들이 부산스럽게 그 옆을 지나면서 저녁 공기에 열심히 털을 말렸다.
--- p.149

우리가 리빙스턴섬에 온 핵심 목적도 크릴이었다. 크릴은 국제조약으로 보호하는 대상이자 남극 생태학의 기반이고, 우리가 연구하는 동물의 식량,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하는 엔진과도 같은 생물, 전 세계 해양 먹이사슬의 핵심이다. 작은 웅덩이에서 헤엄치던 작은 생명체가 그 주인공이다. 물속에서 우아하게 움직이던 크릴이 떠올랐다. 불특정한 형태의 거대한 무리에서 혼자 떨어져 나왔을 그 크릴은 살아 있었고, 아름다웠고, 독보적인 존재였다.
--- p.210

몇 달 동안 육지에 있을 때의 모습만 보면서 이 펭귄들은 바다에서 어떻게 지낼까 상상만 했었는데, 카메라에 담긴 영상 덕분에 턱끈펭귄이 바라본 몇 시간을 나도 함께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냥할 때의 리듬과 물에 젖지 않는 깃털 위로 미끄러지며 만들어지는 바닷물의 무늬는 물론, 둥지로 돌아왔을 때 새끼가 얼마나 귀찮게 구는지도 부모 펭귄의 시선으로 볼 수 있었다. 차가운 바다에서 크릴을 사냥하는 펭귄 곁에 함께 있는 것만 같았다. 다른 턱끈펭귄들과 짙은 바닷속을 돌아다니며 크릴을 잔뜩 먹고 잠시 수면 위로 올라와 구름 낀 드넓은 하늘과 저 멀리 수평선으로 해가 흐릿한 노란빛을 남기고 서서히 저무는 광경을 지켜보며 휴식할 때, 나도 곁에 함께 있는 기분이었다. 파도 속에서 그렇게 펭귄이 보고 느끼는 세상을 함께 보고 느낄 때, 익숙한 경이로움이 밀려오던 순간을 기억한다.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
--- p.370~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