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
금정연^정지돈
2023. 07. 18
17,500원
328페이지
9791156754220

“이 책은 그 오랜 회전과 반복 그리고 사랑의 기록이다.” - 김애란 서평가 금정연과 소설가 정지돈이 빛 대신 글로 찍어낸 에세이 필름 영화와, 영화보다 큰 우리 삶의 이야기 오직 헤매는 이들만이 바라볼 수 있는 섬광에 대하여 서평가 금정연과 소설가 정지돈이 6년 만에 공동 집필한 에세이 《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가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나랏말싸미〉의 시나리오를 쓴 금정연과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정지돈이 빛 대신 글로 찍어낸 에세이 필름이다. 내레이션과 이미지와 텍스트가 정연하게 결합된 이번 에세이를 읽다 보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장르는 로맨틱코미디다. 평생을 영화와 함께해왔지만 한사코 시네필임은 거부하는 금정연과 정지돈. 영화 속에서 길을 잃은 두 작가가 영화를 향한 애정과 증오를 뼈 있는 농담 속에 녹여내었다. 그건 작가 김애란이 예리하게 포착했듯 “농담을 즐긴다기보다 슬픔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들만의 고백법이다. 그래서일까? 두 작가는 사뭇 진지하게, 이 책이 다만 “영화 책으로 읽히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화와, 영화보다 큰 우리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영화와 영화를 둘러싼 현상 전반을 담으려 했고 그곳에서 우리 시대에 대한 무언가를 발견하려 했다”는 두 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 “전에 없는 기쁨”을 느끼고, 삶의 “아름다움의 섬광”을 목도했다고 고백해왔다. 그렇다. 그 빛을 바라본 김애란이 속삭였듯 “이 책은 그 오랜 회전과 반복 그리고 사랑의 기록이다”.

금정연

서평가. 난폭한 독서2015 아무튼, 택시2018 그래서이런 말이 생겼습니다2022 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공저, 2023 등 다양한 작품을 출간했다.

그리고 한국 영화에서 길을 잃었다. 영화 <나랏말싸미>2019 시나리오를 썼으며, “20184월 담배를 (잠시) 끊고 20197월 영화를 (거의) 끊은 실패의 연대기담배와 영화: 나는 어떻게 흡연을 멈추고 영화를 증오하게 되었나2020를 출간했다.

 

 

정지돈

소설가. 내가 싸우듯이2016 모든 것은 영원했다2020 《…스크롤!2022 인생 연구2023 등 유수의 작품을 통해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을 포함한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한국 영화에서 길을 잃었다. 영화를 전공했으며, 2020담배와 영화의 배턴을 이어받아 프로파간다에서 일기, 비평과 개인적인 감상을 아우르는 (궁극의) 에세이영화와 시를 출간했다.

 

 

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문학의 기쁨2017 출간 이후 두 작가가 6년 만에 호흡을 맞춘 공동 작품이다

 

연재를 하는 동안 일어난 교류들은 어느 때보다 기억에 남는다. 그건 우리가 홀로 쓰거나 함께 썼던 그 어떤 경험보다 관계적이었다. 글에 대한 반응과 그 반응을 따라 움직이며 우리가 읽은 글과 나눈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이 다시 전해지고 움직이고 쓰이는 동안 우리는 가끔 전에 없는 기쁨을 느꼈다. (12, 프롤로그 중에서)

 

요나스 메카스의 영화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나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As I was Moving Ahead Occasionally I Saw Brief Glimpses of Beauty>의 오프닝은 다음과 같은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내 인생이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 나는 결코 알아낼 수 없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영화가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끝날 것인지 우리는 결코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 (12, 프롤로그 중에서)

 

레프 마노비치는 스크린의 계보에서 영화 스크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관람객이 자리를 뜨지 않고도 다른 공간을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움직이는 가상의 시선이죠. 하지만 이 가상적 운동성은 새롭게 제도화된 관객의 부동성을 대가로 얻어진 것입니다. 전 세계에 수백만 명의 수감자를 수용하기 위한 대규모 감방, 즉 영화관이 지어진 거죠. 수감자. 관객은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 수도 자리를 옮길 수도 없습니다. 바로 그게 제가 극장에서 영화 보는 걸 싫어하는 이유입니다.

싫어하는 것치고 극장에 너무 자주 가는 거 아니에요?

정연 씨,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사는 사람은 없어요. (26쪽 중에서)

 

시네마는 단순히 영화 한 편이 아니라 삶의 문제다. 시네마를 하는 것, 시네마를 하지 않는 것 모두 생활을 새롭게 조직한다.

정연 씨가 <나랏말싸미> 대본을 쓴 것처럼요?

K정연의 표정이 잠깐 어두워졌다.

지돈 씨, 지돈 씨는 그 영화 안 봤잖아요. 어떻게 안 볼 수가 있죠?

내가 그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은 건 사실이다. 정연 씨에게 여러 번 얘기했지만 마음이 아파 볼 수가 없었다. 왜 마음이 아프냐고? 그건 <나랏말싸미> 네이버 평점을 확인하면 알 수 있다……. (37쪽 중에서)

 

르네 도말은 아내에게보내는 마지막 편지에서 주려고 하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걸 알게 된다고 썼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손에 무언가 넣으려고 한다, 손에 무언가 넣으려고 하면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무언가가 되려고 욕망한다, 무언가가 되려고 욕망하면 그때부터 우리는 살게 된다. (46쪽 중에서)

 

정말이지 영화만큼 우정을 사랑하고 의미화하는 예술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돈 씨와 제가 10년 동안 같이 본 영화가 한 편이라는 사실이 우리 관계를 증명해주는 것 같네요.

K정연이 말했다.

뭘 증명하는데요?

우리가 친구가 아니라는 사실. (63쪽 중에서)

 

, 들어보세요 지돈 씨. 혼톨로지 음악 경향의 창작 방식에는 작곡, 연주, 녹음 과정이 생략되어 있고 타인의 음반을 샘플링한 후 이를 편집하고 아날로그 음반의 노이즈를 증폭 혹은 삽입시키는 식으로 창작이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창작 과정은 작곡은 쓰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빙의되게끔 허용하는 것의 문제라는 트리키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맥신퀘이Maxinquaye>는 정해진 구조 없이 트리키 본인의 맘에 든 몇몇 단편적 소리들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생략…… 또 생략…… 이음매에서 어긋난 시간 속에 마구잡이로 뒤섞인다……. 어때요, 제가 여기서 어떤 아이디어를 차용했는지 알겠어요?

빙의라도 하시려는 건가요? 홍상수에?

아니요, 근데 좋은 아이디어이긴 하네요. 그건 일단 키핑해둘게요. (139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