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2020. 07. 31
15,800원
450 / 페이지
9791156758341

북유럽 스릴러의 세대교체! 

심리학자가 쓴 심리스릴러!

“서스펜스 가득한 데뷔작. 모든 것들이 딱 알맞다.”
노르웨이 일간지 Dagbladet

“흔한 서스펜스 소설이 아니다. 
정확하고 잘 벼려진 언어, 매우 독창적인 목소리. 
마지막 문장에 소름이 돋았다.”
스웨덴 Polaris 출판사 편집자 Annie Murphy

책 소개
심리학자가 쓴 심리스릴러. 오슬로에 사는 30대 여성 사라는 심리치료자로, 집에 상담실을 마련하고 환자들을 받아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 남편은 야심찬 건축가로,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지금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어느 날 친구들과 산장에 간다며 아침 일찍 집을 나선 남편은 몇 시간 후 사라의 휴대폰에 ‘헤이, 러브’ 하는 달콤한 메시지만 남기고 실종된다. 리모델링이 진척 중이라 여기저기 공사판인 집에 아늑함이라고는 없고, 자꾸만 물건들이 이곳저곳으로 옮겨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가 하면 한밤중에 다락방에서는 발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 집에 들어왔다 나간 것일까? 사라의 마음은 요동치고, 환자들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내놓는 사라지만 자신의 마음만큼은 그녀도 어쩌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이 휴대폰에 남긴 마지막 말이 거짓임이 밝혀지고, 사라는 자신의 기억도 믿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다. 사라진 남편은 왜 거짓말을 했고, 그녀의 기억은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안전하지 않은 집에서 사라는 어떻게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까? 심리학자인 작가 헬레네 플루드는 독자의 심리를 휘어잡고 이리저리 휘두르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작가의 손아귀에 잡혀 다다른 곳에서 독자가 만나는 진실은 어떤 모습일까.

헬레네 플루드 Helene Flood
1982년생. 심리학자. 2016년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문 분야는 폭력성, 재피해자화, 트라우마와 연관된 수치심과 죄의식이다. 남편, 두 아이와 함께 노르웨이 오슬로에 살고 있다. 《테라피스트》가 첫 소설이다.
2019년 런던 도서전에서 각국 관계자들의 찬사를 받으며 28개 언어 판권이 계약된 《테라피스트》로 북유럽 스릴러의 세대교체를 알렸다. 2021년에 두 번째 소설 《이웃》을 출간할 예정이다.

옮긴이 강선재 
부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번역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우리 사이의 그녀》,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공역), 《나를 찾아줘》, 《타인들의 책》, 《세 길이 만나는 곳》이 있다.

3월 6일 금요일 메시지
3월 7일 토요일 실종
3월 8일 일요일 백색소음
3월 9일 월요일 빈 껍데기
3월 10일 새벽 괜찮아, 괜찮아
3월 10일 화요일 숨 쉬고 다시 시작해
3월 11일 수요일 빈 표면들
3월 12일 목요일 요새
3월 13일 금요일 크록스코겐
3월 14일 토요일 기다림, 회전
3월 14일 토요일~ 3월 16일 월요일 노르스트란
3월 17일 화요일 확증 편향
5월의 어느 일요일 어둠 속에 앉아

금요일. 환자 세 명.원래 금요일에 오는 사람들. 먼저 베라, 크리스토페르, 마지막으로 트뤼그베. 트뤼그베를 금요일의 마지막에 보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지만, 상담을 끝낼 때쯤 다음 주 같은 시간으로 예약을 잡는 게 너무 간단해서 그렇게 하게 된다. 다시 두 손에 물을 받아 얼굴을 담근 후 손으로 볼을 문지른다. 시구르는 일요일까지 친구들과 누레피엘에 있을 터다. 이번 주말 내내 나는 혼자일 것이다. _9쪽
 
“준비됐어요, 닥터?” 베라는 내가 나가서 들어오라고 하자 그렇게 묻는다.
나를 이렇게 ‘닥터’라고 부르는 건 아이가 두 번째 상담 중에 시작한 행동이다. 베라는 심리학자와 신경정신과 의사의 차이를 물었고 나는 내가 의사가 아니라 심리학자라고—병리학적 측면만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인간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전문으로 한다고—말했지만 아이는 내 대답을 물고 늘어졌다. “그럼 진짜 의사는 아닌 거네요?” 나는 좀 짜증이 났고 그 말에 괴로워했던 것 같다. 나한테 있는지도 몰랐던 열등의식이 자극받은 것도 같다. 왜냐하면 나는—약간 방어적으로—내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여느 의사만큼 잘 안다고 대답했던 것이다. _24쪽

시구르가 전화했다. 내가 베라와 상담하는 동안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지금 나는 주방에서 참치 샌드위치와 사과 주스로 점심을 먹고 있다. 휴대전화를 조리대 위에 올려두고 먹으면서 메시지를 듣는다.
“헤이, 러브.” 시구르는 그의 전형적인 방식으로, 따뜻하고 선율적인 목소리로 말한다. “우린 토마스네 산장에 도착했어. 여기, 아, 여기 좋네, 난…….”
전화기가 지지직거리고, 그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어리는 것과 쾌활하고 더듬는 듯한 두어 마디의 말이 들린다. _37쪽

배 속의 덩어리가 내가 둘러놓은 막을 뚫으려고 꿈틀거린다. 와인을 한 잔 더 따른다. 그러니까 시구르는 내게 거짓말을 했다. 얀 에리크와 토마스가 거짓말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왜 남편이 아니라 그들을 믿어야 하는가?
왜냐하면 그들은 지금 여기 있기 때문이다. 내게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구르는 나타나서 본인의 입장을 얘기하지 않았으니까. 결국 이것이 결론이다. 왜 그래, 시구르? 그냥 나타나서 너의 얘기를 하면 안 돼? 그 음성 메시지가 무슨 뜻인지 말해줄 수 없어? _55쪽

불안이 나를 장악했다. 주방에서 차를 우리며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경찰서에 가서 남편이 실종됐다고 신고했다. 그가 내게 마지막으로 연락한 지 이틀이 넘었다. 내가 나의 심리치료자라면 이렇게 말해줄 것이다. 내가 신경과민인 건 놀랄 일이 아니다. 평소보다 생각이 많아지고 편집증적 성향이 심해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나는 지금 비상 모드다—위기에 관한 나의 온갖 생각은 그야말로 생각에 지나지 않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를 두렵게 하는 생각이 더 진실한 것은 아니다. 나 자신의 반응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진정해야 하고, 지금은 불안한 게 당연하므로, 현재 내 정신은 그다지 맑은 상태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시구르의 음성 메시지에 관한 미스터리를 풀려고 시도해서는 안 된다. 왜 커튼이 달라 보이는지 알아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피자를 시키고 두어 시간 동안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내일은 일을 해야 한다. 시구르의 동료들에게 전화도 할 것이다. 주말만 지나면 쉬워질 것이다. 어쩌면 시구르는 오늘 저녁 원래 그러려고 했던 대로 태평하게 현관문으로 들어올 것이고 이 악몽은 끝날 것이다. 
바로 그때 나는 알아차린다. 시구르의 도면통. 그것이 돌아왔다. 도면통이 제자리에 걸려 있다. _100~1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