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
다시 로크먼
2020. 10. 29
18,500원
420 / 페이지
9791156758402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모성신화에 자신을 구겨 넣으려는
많은 여성들에게 빛나는 조언이 될 것이다”
-김보라(영화 〈벌새〉 감독)

모든 걸 다 잘해야 하는 여자와
한 가지만 잘해도 되는 남자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여성을 돌봄과 양보의 최전선으로 몰아가는 성차별주의의 오류를 짚어내며 ‘충분히 평등해졌다’는 착각에 이의를 제기하는 책 《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이 출간되었다. 뉴욕에서 20년간 성인과 부부를 대상으로 상담해온 임상심리학자이자 저널리스트로 활약한 저자 다시 로크먼은 이 책을 쓰기 위해 약 100여 명의 부모를 인터뷰, 불평등한 가사 노동의 사례들과 데이터를 수집해 실상을 낱낱이 밝힌다. 또한 생물학, 신경과학, 인류학의 최신 연구 결과를 통해 모성신화, 남녀의 뇌 차이, 호르몬 변화, 남성다움과 여성다움 등 고정관념과 과학이 어떻게 여성의 희생과 남성의 무책임을 대물림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적대적 성차별’과는 달리, 여성을 다정하고 따뜻한 인격체라 칭송하며 교묘하게 지속되는 ‘온정적 성차별’은 사회 변화를 위한 집단행동을 억누른다고 지적한다. 그는 나이든 부모를 둔 딸은 돌봄에 있어 육체적으로 힘들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일을 더 많이 맡는 반면, 남자는 좀 더 제한적이며 유동적인 방식으로 돕고 개입한다는 한 연구 결과를 예로 들며 ‘모든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라는 지위를 부여받은 여자들의 무임노동이 가정에서 직장으로 이어지고, 아이에서 부모로 이어지는 등 무엇이 그 기간과 범위를 확장시켰는지 그 근원을 파헤친다.
가정, 일터, 학교 그리고 모든 삶의 공간에서 구현되어야 할 젠더 감수성의 정수를 짚어내는 이 책은 〈북슬럿〉 독자 선정 ‘2019 최고의 책’으로 꼽혔고 굿리즈 평점 4.2를 받으며 큰 호응을 얻었다. 성차별의 범위를 재정의하는 이 책을 읽다가 ‘알고 보니 그것도 성차별이었어’라는 분노의 감정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분노가 자신의 성품에서 온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처음부터 이 모든 일이 내 몫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만 해도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누구나 양손에 논리와 해방감이라는 무기를 쥐게 될 것이다.

65대 35, 지난 20년간 변하지 않는 숫자
현실 회피보다 현실 직면이 시급하다


이 책에서는 몇몇 충격적인 수치들을 제공하며 충분히 평등해졌다는 주장이 얼마나 허황되었는지를 알려준다. 실제 미국 노동통계국과 퓨리서치센터가 수집한 최근의 가사노동 시간 기록에 따르면, 맞벌이 여성과 남성의 가정 내 육아 분담율은 여전히 65 대 35인 것으로 나타났다(29쪽). 이 수치는 지난 20년간 변하지 않았다. 2018 옥스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은 남성에 비해 육아와 집안일을 2~10배 더 많이 하며, OECD 보고서에서도 이 시대 가장 중요한 성 평등 문제로 불공평한 무임노동 분담을 꼽았다(44쪽). 남녀의 불균형한 무임노동이 전 세계적 추세인 셈이다.
로크먼은 가정 내 불평등이 지속되면 될수록 부부 사이의 성생활 빈도수 하락, 여성 외도 비율 증가, 결혼생활 만족도 하락, 여성의 우울증 증가 등 우리 삶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고 말한다. 특히 여자는 가정을 돌보는 데 충분한 시간을 쏟지 못하면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반면 남자의 행복감은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을 쏟을 수 없을 때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66쪽)를 통해 성 역할이라는 잣대가 어떻게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경고한다.
사회적 대가 또한 크다. 대표적으로 옥스팜 보고서는 경제적 손실(전 세계 여성의 가정 내 무임노동은 돈으로 환산했을 때 약 100조 원의 가치)가 있다고 보았다. 또한 가정에서의 불균형은 노동시장에서 성 평등을 향상시키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직장에서 여자는 풀타임으로 일할 수 없고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성별 임금격차가 생기는데, 맥킨지글로벌연구소는 노동 참여와 생산성에서 성별 격차가 해소된다면, 세계 경제는 지금보다 약 26퍼센트 부유해질 것으로 예측했다(68쪽). 이러한 불평등은 출산율 급락으로도 이어진다. 실제 성 평등 수준이 낮은 일본의 경우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에 관심을 모두 끄는 방식을 택했다(225쪽).
이 책은 65대 35의 불균형을 더 오래 견딜수록, 보이지 않는 노동을 못 본 척 할수록, 우리가 치르는 개인적·사회적 대가는 더 커진다는 사실을 수십 명의 인터뷰와 데이터에 근거해 조목조목 밝혀나간다.

모성본능, 생물학, 뇌과학, 남성다움과 여성다움…
여성을 돌봄과 양보의 최전선으로 몰아가는 고정관념과 과학의 오류


“다 생물학 탓이야.”
대부분 이 불균형의 문제를 ‘본성’ 탓으로 돌린다. 저자는 ‘남편을 강아지처럼 훈련시키며 잘한 행동에 상을 주고 나쁜 행동을 무시하라’는 조언도 남녀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성별 본질주의’에서 비롯한 게으른 대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사회학, 인류학, 생물학, 신경과학의 최신 연구 결과를 통해 ‘여자답다’, ‘남자답다’라는 구별은 본능보다는 학습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입증한다.
실제 프린스턴대학교 사회심리학과에서 그룹을 지어 점이 찍힌 슬라이드 한 세트를 훑어보고 각 슬라이드에 얼마나 많은 점이 찍혔는지 재빨리 추정하는 과제를 냈는데, 남녀 혼성 그룹에서 과제를 수행한 사람 중 둘의 지각양식이 서로 다르다는 결과를 받은 참가자들은 지각양식이 무엇보다 성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고 답변했다(91~92쪽).
저자는 모성본능이란 맹목적 믿음에도 제동을 건다. 지능이 낮은 동물일수록 더욱 본능에 의지한다. 실제 영장류학자가 연구한 타마린원숭이를 조사해본 결과, 이들이 처음으로 부모가 됐을 경우 태어난 새끼는 결코 살아남지 못했다(105쪽). 인류학자들이 영장류 전체를 조사한 결과 어미가 새끼를 버릴 때는 출산 후 72시간 이루어진다는 연구(107쪽) 역시 양육 기술은 학습으로 생기며 호르몬과 경험이 합쳐 애착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한편 저자는 남자가 여자보다 생물학적으로 돌봄에 덜 적합하다는 주장에 반박한다. 아이를 돌보는 아빠는 아이가 없는 남자들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고, 임신한 배우자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남자는 생리적으로 아기를 돌보기 알맞은 상태로 변화한다(116쪽). 여성이 태생적으로 돌봄에 적합하게 태어났다는 인식은 자연주의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기를 안고 있을 때 심장박동, 혈압, 피부 전도율 등에 있어 아빠와 엄마가 비슷한 수치를 보였음에도 엄마가 옆에 있으면 아빠는 한 발짝 물러나는 데, 이는 자연주의의 오류가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조여주는 대표적 사례다(119쪽).
신경과학의 연구 결과도 ‘뇌’ 차이로 남녀를 구분 짓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아기와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아빠는 뇌의 편도체와 신피질 활동이 엄마와 마찬가지로 증가했다(125쪽). 뇌의 차이는 타고난 성이 아닌 아이와의 밀착도와 시간 할애에 달렸다. 다시 말해 남자가 보조역할에 머무는 이유는 ‘타고나서’가 아니라 ‘배우지 않아서’다.
남성다움과 여성다움 역시 학습으로 굳혀진다. 똑같은 13개월 아이가 공격적 행동을 보일 때, 선생님들은 여자아이에게는 20퍼센트, 남자아이의 행동에 대해서는 66퍼센트 개입하는데 이 상황을 거듭 겪는 남자아이들의 공격성 빈도는 여자아이들보다 3배 더 자주 나타난다(137쪽). 선생님의 시선을 더 확실하게 받는 쪽으로 남자아이의 행동이 강화되는 것이다. 돌 전후부터 학습되는 성 구분 짓기로 인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들이 우울감을 느끼는 시기도 다르게 나타난다. 남자아이들은 연약함이 드러나는 게 집단 안에서 용납이 되지 않는 8세부터, 여자아이들은 ‘어린 숙녀’라 불리기 시작하는 사춘기 무렵 우울감을 느낄 확률이 더 높다(146쪽).
로크먼은 영유아기부터 고착된 성차별주의적 사고와 학습된 행동양식으로 인해 여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 남자는 ‘여자’에 대해 성차별주의자이며 두 사람이 함께 살면서 이런 성차별주의를 확인하고 재생산하며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대물림한다고 말한다.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편안히 살 것인가?” 저자는 이 물음 앞에 이제는 적응을 멈출 때가 되었다고, 우리가 모든 성차별주의를 노골적으로 적대시하기 시작해야 비로소 저항이 생기며 불평등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침해하거나 침해받지 않는 삶을 위해,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사회학자들은 아빠들의 육아 참여율이 느리게 변하는 현상을 두고 이것이 평등을 이룬 결과가 아닌, ‘대체로 성공적인 남자의 저항’의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277쪽). 남자들이 신경 덜 쓰기, 책임회피 등 무임노동에서 자신이 좀 더 많은 책임(또는 동등한)을 맡을 위험에 저항한 결과, 변화는 미미하게 일어난다는 뜻이다. 남자의 저항은 늦잠을 자거나 말을 가로막는 행위로 나타나고, 이는 결국 일을 ‘덜 할’ 특권으로 변질되었다.
책임회피는 가정뿐 아니라 학교, 직장 등 외부에서도 나타난다. 실제 사회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직장에서 여자는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자진해서 떠맡을 확률이 남자보다 50퍼센트 더 크다(286쪽). 물론 이 일들은 승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 ‘하지 않을’ 특권은 남자들에게 기대를 덜 하고(피그말리온 효과, 298쪽), 고정관념이 발동될 때 수행 능력이 나빠지는 현상(고정관념 위협, 301쪽)을 통해 고착화된다. 남편에 대한 낮은 기대감과 고정관념은 그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이러한 문화 규범에 갇혀 있는 한 스스로 성공적이고 가정적인 아빠가 되기는 어렵다. 저자는 이제 ‘진짜 사나이’에서 ‘좋은 남자’가 되어야 한다며 그 해법으로 아빠가 좀 더 적극적으로 돌봄에 참여할 수 있는 교육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엄마가 가장 잘 안다’는 정해진 틀이 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정해진 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갈수록 더욱 은밀해지고 뚜렷해지는데, 밀레니얼 엄마들이 ‘좋아요’ 숫자와 댓글 반응을 통해 엄마 역할수행 능력을 과시하고, 다른 부모와 ‘경쟁’의식을 느끼는 현상을 언급하며, 이런 현상이 엄마를 아빠가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위치로 만들어놓는다고 염려한다.
여성혐오, 미투 같은 긴박한 쟁점에 비해 ‘가사 노동 분담’은 어쩌면 한가하고 지극히 개인적논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정에서 은밀하게 지속된, 여성을 달콤한 모성의 틀 안에 가둔 성차별주의는 가정을 넘어 삶의 모든 공간으로 확산된다. 이제 양심은 변했다. 모든 성차별에 더 단호하게 저항해야 한다는 저자의 제언을 새겨들어야 할 이유다.

남녀평등은 시민의 전반적인 행복과 긍정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국가 차원에서 본다면 남녀 간 행복감이 올라가면 전반적인 사회의 행복감도 올라가는데 여자가 행복한 만큼 남자도 행복감을 느낀다. 여자의 지위가 향상된다고 남자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는 않다. 남자들은 이 점을 믿기가 좀 어려울 듯하다. -366쪽


지은이 다시 로크먼Darcy Lockman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저널리스트. 약 20년간 성인과 부부를 대상으로 상담해왔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애틀랜틱〉 〈타임〉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페미니즘, 성차별, 부부관계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2019년 〈뉴욕타임스 칼럼 ‘좋은 아빠들은 무엇으로부터 도망가는가What Good Dads Get Away With?’는 1,5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며 화제가 되었고, 〈사이콜로지 투데이〉 〈가디언〉 〈CBS〉 〈NPR〉 등 유수의 매체에 수차례 인용되었다. 지은 책으로 시립병원 정신과병동에서 일한 경험을 기록한, 《브루클린 동물원Brooklyn Zoo》이 있다. 현재 뉴욕 퀸스에서 남편,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다. 그의 두 번째 책 《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은 〈북슬럿〉 독자 선정 ‘2019 최고의 책’으로 꼽혔고 굿리즈 평점 4.2를 받으며 큰 호응을 얻었다.
옮긴이 정지호 한국외대에서 일본어와 영어를 전공하고 성균관대 번역대학원에서 문학(번역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영상 및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번역 일을 하며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책이 좋아 출판 번역의 길로 들어섰다. 옮긴 책으로는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 《변화를 바라보며》, 《우리 시대를 살아가기》, 《인간의 조건》, 《한 걸음의 법칙》, 《영혼의 연금술》, 《하이라인 스토리》, 《맥주의 모든 것》, 《칵테일의 모든 것》, 《이탈리아 할머니와 함께 요리를》, 《맥주의 정석》 등이 있다.




서문 변화는 개인 영역에서 시작된다

1 현실과 이상: 우리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현대 가정적인 아버지의 탄생
기대하고, 분노하고, 포기한다
변하지 않는 수치들
65대 35의 분담을 더 오래 견딘다면
성 역할은 어떻게 대물림되는가

2 과학: 우리는 그렇게 타고나지 않았다
생물학 탓을 하는 이유
남자는 정말 다 ‘그런’가?
모성 본능이란 애당초 없다
수컷 영장류의 밀착 돌봄
남자의 호르몬 변화
신경 성차별: 남자 뇌, 여자 뇌

3 학습: 우리는 자라면서 두 부류로 갈라진다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다
여자 짓과 남자 짓
남성 지배는 어떻게 재생산되는가
우울감을 겪는 시기가 다르다
균형과 평등에 헌신하는 부부
여자의 권위는 공격받는다
우리는 모두 성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다

4 암묵적 동의: 침해받다
아이가 아프면 누가 휴가를 내는가
아빠들은 생각이 없고 엄마들은 주장이 없다
‘책임’과 ‘도움’의 격차
남성의 책임 거부 전략
여성 희생 숭배
맹목적 편견은 위험하다
출산율과 성 평등

5 역할: 주양육자의 성별은 따로 없다
해로운 망상
당신은 열혈 엄마인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엄마와 실수투성이 아빠
더 많이 벌고도 환호받지 못하는 여자들
주양육자 성별과 아이의 행복

6 특권: 세상이 이들의 저항을 돕는다
가스라이팅
공감 능력의 ‘자발적’ 상실과 책임 회피
성공한 여성은 겸손을 강요당한다
피그말리온 효과: 기대감이 낮다
고정관념 위협: 안 한다
변화에 대한 저항
새로운 남성 패러다임: 진짜 사나이에서 좋은 남자로
말 가로막기 현상

7 온정적 성차별: 적응을 멈추자
수컷 중심주의 진화론
성별 영향에서 벗어나기
가부장제를 포기한다면
남자만 보이는 세상
과제ㆍ목표 지향적 여자와 과제ㆍ목표 지향적 남자
온정적 성차별은 교활하다
85세 할머니의 행복의 조건
당신은 혹시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는가
양심은 변했다

감사의 말
후주
찾아보기

1장.
남성이 육아의 모든 짐을 떠맡고 있는 곳은 사실상 인간 사회 어디에도 없다. 비교문화인류학자들이 생계유지 활동 유형과 사회 이데올로기가 다양한 사회들을 연구한 결과 엄마가 아빠보다 육아에 더 얽매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p.50

동성 부부 역시 노동 분담의 불공평을 토로하지만, 이성 부부보다는 분노를 덜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는 동성 부부들 성격이 침착해서가 아니라, 각자의 역할에 명백히 동의했기 때문이다. 성별에 따라 기대되는 역할이라는 양날의 검이 없기 때문에 동성 부부들은 양육을 둘러싼 각자의 요구와 우선 사항을 대화를 통해 풀어갈 가능성이 크다.
--- p.64

2장.
흔히 우리는 모성 본능에 대해 아마도 타고났고,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속성이며, 우리가 엄마만 가지고 있다고 여기는 지혜와 헌신을 본능적으로 이끌어내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생물학자들은 이 개념이 원칙적으로 틀렸기 때문에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 p.101~102

흘디는 암컷 영장류가 오랫동안 채집과 사냥을 하며 자식을 키우는 두 가지 일을 했기 때문에, 주변 구성원에게 새끼를 맡겨 키우고, 새끼의 욕구와 본인의 욕구 사이에서 불가피하게 타협을 해온,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기보다는 “유연하고 조작을 일삼는 기회주의자”였다고 강조한다. 어미의 연속적인 밀착 육아는 영장류에게는 항상 최후의 보루였고, 가족은 대규모 지원망의 도움이 있어야만 번성할 수 있었다.
--- p.108

남자 혼자 덩치 큰 동물을 사냥하고 오랜 기간 집을 떠나 생활하는 부족에서는 남자들이 어린 자녀와 맺는 관계가 상당히 약하다. 남자 목축민들은 말 그대로 더 푸른 초원을 찾아 살 곳을 자주 옮기는 터라 부인이 여러 명 있고 생물학적인 자녀들에게 관여를 거의 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또 전 세계적으로 부모의 참여는 이들이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는지에 따라 달라졌다. 환경에 대한 적응이 바로 오랫동안 유지된 규칙이었다.
--- p.115

인류학자들은 남자가 부모가 되는 과정에도 ‘부화기patrescence’라는 단어를 붙였다. 물론 〈뉴욕타임스는 부화기에 대한 기사를 싣지 않았다. 부화기의 구글 검색 횟수는 “모화기”가 1만 400건인 데 비해 겨우 264건. 공식적인 부성 연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이 분야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계속 지적한다.
--- p.117

3장.
성별에 따른 사회화는 태어나면서 시작된다. 부모는 아기 때부터 아들과 딸에게 다른 기대를 하며, 이에 따라 자식을 인식하게 된다. 여자 아기와 남자 아기는 확실히 다음과 같은 점만 다르다. 즉 평균적으로 남자 아기가 여자 아기보다 자기통제력을 갖추기가 더 힘들고, 일방적인 관계에서 상호 관계로 전환하는 데 더 오래 걸린다.
--- p.135

우리는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눈다. 각 부류는 특정 사고와 행위를 하고 감정을 느끼도록 기대된다. 이런 기대는 광범위한 환경에서 수많은 접촉을 통해 끝없이 소소한 방식으로 강화된다. 이런 기대는 보편적이고 도덕적 성향을 띠며 옳은 행위에 대한 방향과 중요한 기준 을 제시한다. 여자아이들은 순응의 상징인 여자답게 행동하는 법을 배우고, 남자아이들은 단호함의 상징인 남자답게 행동하는 법을 배운다.
--- p.136

생후 몇 달 또는 몇 년의 과정이 지나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이 재생산된다고 보았다. 남자아이들은 좀 더 부드러운 부분을 벗어던지고, 여자아이는 좀 더 고집스러운 면을 벗어던진다. 이들의 인성에 있던 부드러운 면과 고집스러운 면은 아래로 숨어 버린다.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분열’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가 아는 것을 알지 못하고 느끼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현상으로 분열은 강한 수치감 같은 충격적인 경험에서 발생한다.
--- p.146

미국 인구조사국 연구자들은 인구 조사 양식에 자체 보고한 수입과 고용주가 국세청에 제출한 기록을 서로 비교했다. 그 결과, 아내가 많이 버는 부부의 경우 남녀 모두 남편의 수입을 부풀리고 아내의 수입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p.165

4장.
‘아이가 아프면 누가 휴가를 내는가?’ 미국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노동력 변화에 대한 전국 연구” 조사 자료에 따르면 여자의 77.7퍼센트, 남자의 26.5퍼센트가 자신들이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고 보고했다(부부가 아닌 개인을 대상으로 조사했기 때문에 총합이 100퍼센트보다 크다).
--- p.181

양육자 역할을 맡은 여자에게는 방종이 관대하게 허용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얼바인 캠퍼스에서 실시된 최근 조사에서 피실험자들에게 일 때문에 아이들을 방치한 부모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이들은 엄마보다는 아빠에게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 p.187

미국을 비롯해 강력한 가족 정책이 없는 나라들의 경우, 남자의 저항 전략은 여자의 쉼 없는 노동을 야기한다. 필리포빅은 이를 여성 희생 숭배라고 부른다. 하지만 일부 국가의 경우는 정확히 평등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상황이 다르다. 사회 전반에 국가 지원 탁아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덴마크의 연구를 보면 이곳 아빠들은 미국 아빠와 동일한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지만 아빠 대 엄마의 육아 시간 비율 차이는 덴마크가 훨씬 낮다. 이유는 덴마크 엄마들이 육아에 쓰는 시간이 (정책의 도움으로) 훨씬 적기 때문이다.
--- p.209

맹목적인 편견, 즉 무의식적인 방식으로 우리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태도와 고정관념은 성별 불균형적 채용과 남자의 승진, 비무장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쏘는 경찰의 행위에 이르는, 모든 형태의 비의도적인 차별을 설명하는 요소다. 또 성별 가사노동 분담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자와 여자가 평등해야 한다는 믿음을 의식적으로 가지게 되면 동시에 남자의 욕구를 우선시하는 것에 의식적으로 덜 집착하게 될지도 모른다.
--- p.221

5장.
“열혈 엄마 역할”은 사회학자 샤론 헤이즈가 1990년대 후반 당시 양육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로, 이 이데올로기가 내 세우는 점은 다음과 같다. ‘최고의 엄마는 자신의 요구보다는 아이들 의 욕구를 항상 우선시한다. 최고의 엄마는 주된 양육자이고 최고의 엄마는 아이를 우주의 중심으로 만든다.
--- p.236

엄마 역할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과 싸우기는 쉽지 않다. 일하는 엄마들은 이런 역할에 대한 걱정에 가장 취약해서, 아이들을 돌보는 데 들이지 못한 시간을 보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p.245

여자와 남자는 또한 성별로 색칠한 렌즈를 통해 직업적인 책임을 정의한다. 맞벌이 부부 150쌍을 연구하면서 도이치는 여자의 직업이 무엇이든 남편과 아내는 여자의 직업을 좀 더 유연성 있게 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 대상 부부 중 한 쌍은 아내가 의사였고 남편이 교수였다. 또 다른 한 쌍은 반대로 아내가 교수였고 남편이 의사였다. 두 쌍의 부부는 각각 아내의 직업이 여유가 더 많다고 얘기했다.
--- p.263

1990년대 말 한부모 가정 조사에서 주양육자의 성별은 아이들의 행복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여기서 여자들에 게 좀 더 남자같이 살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랬다가는 현재 상태에서 잘 되는 가정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보다 나는 엄마들에게 좀 더 아빠처럼 살라고 조언한다. 그런 엄마들은 그들의 배우자처럼 아이에게 또 다른 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런 관계가 신성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 p.266

6장.
아이들이 자라면서 남편과의 관계에서 가장 화나는 일은 남자의 건망증이었다. 두 딸의 캠프 등록에 필요한 모든 일을 처리하느라 1년 내내 고생했는데도 나는 작년 여름 리브의 건강진단서를 빠뜨렸음을 깨달았다.
--- p.278

시대에 역행한 남자의 저항이 성공하는 바람에, 남자들은 여전히 성 신 일을 회피해도 된다. 이는 집에서, 사랑을 기반으로 한 관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잃을 사랑이 거의 없는 직장에서도 적용된다.
--- p.286

모두 남자로만 구성된 집단에서는 남자들도 여자만큼 자진해서 일을 하겠다고 나섰다. 오직 남녀 혼성 집단에서만 남자들이 책임을 미뤘다. 내가 인터뷰한 많은 엄마들은 그들의 남편이 집 밖에서는 일을 척척 맡아서 할 거라고 강조했다. 남자보다 여자에게 보답 없는 일을 떠맡기는 현상은 상황에 따른 현상이 아닌 범세계적인 현상인 듯하다.
--- p.287

존스홉킨스대학교와 토론토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연구자들은 1936년부터 2010년까지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 후보 및 수상자들의 결혼과 동거 기록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시상식 이후 여우주연상 수상자(결혼 생활 지속 기간: 4.3년)는 후보에만 오른 다른 여성 배우(결혼 생활 지속 기간: 9.5년)보다 결혼 생활 지속 기간이 절반 정도 짧았다. 반대로 남우주연상 수상자나 후보에만 오른 남성 배우들은 결혼 생활 지속 기간이 평균 12년 정도로 같았다.
--- p.295

머호니와 너드슨-마틴은 공식 부모 교육은 부부가 확실히 평등한 관계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이 내놓은 교육 과정에서는 부모 역할이 성 중립적 재능임을 강조하고, 부부가 책임 분담안에 대해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설득하면서, 이런 공조를 유지할 방안을 계발하도록 도와준다.
--- p.316

7장.
여자들은 ‘남정심’을 발휘하여 남자들이 음식을 차리는 불편함을 덜어주었다. 엄마는 유대교가 여성주의 종교라는 말을 즐겨 하셨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여자들에게 마련된 특별한 자리가 있다는 이유였다. 여자는 수프를 대령하는 영광된 사람이다. 그런데 유대교 남자들은 아침 기도를 이렇게 한다. “만왕의 왕이시고 우주의 왕이신 주님, 제가 여자로 태어나지 않은 축복을 내려주셨으니(코란과 신약에도 이와 비슷한 정서가 나타나 있다).”
--- p.335~336

테스는 4세 때, 아빠가 퇴근하고 책상 위에 올려놓은 동전을 조금씩 모았다. 1센트, 5센트, 10센트, 25센트 동전이 일렬로 쌓이자 테스는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엄마, 이 사람들이 누구예요?” 에이브러햄 링컨, 토머스 제퍼슨, 프랭클린 루스벨트, 조지 워싱턴이라고 답해주었다. 세상에서 자신의 열등한 위치를 파악할 때까지 여자아이들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명절을 치러야 하고, 얼마나 많은 동전을 돼지 저금통에 넣어야 할까?
--- p.339

2018년 영국 대학의 성별 임금 격차는 평균 15퍼센트였다. 영국의 여학생 인구가 56퍼센트를 맴돌고 여성 학계 인력이 40퍼센트에 달하는 상황에서, 여성 종신 교수는 전체의 4분의 1에 못 미친다.
--- p.343

공동체적 특성은 좋은 것이다. 우린 따뜻한 사람이라는 칭찬을 들으면 우쭐해진다.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관대한 사람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미투 운동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적대적 성차별과는 달리, 온정적 성차별은 폭넓은 지지를 얻고 사회 변화를 위한 집단행동을 억누르는 기능이 있다.
--- p.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