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출판사
도서정보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2022. 04. 11
15,800원
/ 페이지
9791156759454

“누군가 내 리스트를 읽고 그 방법을 따라 하기로 했다는 겁니까?
그것도 죽어 마땅한 사람들을 죽이면서요? 그게 당신 가설인가요?”

연쇄살인범이 내 블로그 포스팅에 따라 살인을 저지르는 것 같다
그는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일까? 다음 차례는 나인 걸까?
보스턴의 한 추리소설 전문 서점을 운영하며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고 있는 맬컴 커쇼. 어느 날 FBI 요원이 그를 찾아와 ‘당신이 몇 년 전 서점 블로그에 올린 포스팅을 기억하는가’라고 질문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범죄소설 가운데 가장 똑똑하고 독창적이면서 실패할 확률이 없는 살인을 저지른 여덟 작품을 모아놓은 포스팅인데, 누군가 이를 따라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 책들에 나오는 살인 방법을 성공적으로 모방했다면 범인은 결코 잡히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낯모르는 이들이 살해당했으나 곧 그의 타깃에 서점 단골손님도 포함되고, 어쩌면 커쇼의 아내의 죽음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살인자의 손길은 치밀하고도 지능적으로 점점 커쇼를 향해 다가오는데…. 범인은 대체 누구이며 왜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것일까?
이 이야기는 단순히 주인공과 살인자의 두뇌 싸움에서 끝나지 않는다. 둘 사이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은 베일에 감추어져 있던 진실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갈수록 속도감이 배가 된다. 마지막까지 흡입력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작가의 솜씨에 독자들은 페이지를 덮을 때쯤 깊은 탄성을 자아내게 될 것이다.

“2010년 1월 1일 새벽, 경찰관 둘이 우리 집 현관문을 두드렸을 때
난 아내가 죽었다고 확신했다. 그들이 입을 열기도 전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촘촘한 전개와
선과 악의 경계마저 무너뜨리는 복수, 휘몰아치는 대반전까지!
풍부한 스토리와 잘 짜인 설정은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다. 유려한 내용 전개 속 숨겨진 내막이 하나둘 드러날수록 독자를 순식간에 몰입의 순간으로 이끈다. 단순히 블로그에 포스팅 하나 올렸다고 FBI가 찾아오다니, 커쇼가 용의자라는 뜻일까? FBI는 커쇼에게 무엇을 숨기고 있으며,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또 살인자는 커쇼를 어떻게 알고 접근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모든 열쇠는 커쇼 아내 클레어의 죽음이 쥐고 있다.
클레어는 아름답지만 불완전한 사람이었다. 가정이라는 중심 밖으로 자꾸만 벗어나는 클레어를 볼 때마다 커쇼는 바다 밖으로 나간 어부를 기다리는 반려자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가 매서운 삶의 파도들을 헤치고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클레어의 삶은 전반적으로 엉망진창이었는데도 그는 커쇼에게 기대는 대신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려 했다. 클레어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남을 화나게 하지 않고, 자신이 상처를 입을지언정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성향이 스스로를 갉아먹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이 성향은 클레어뿐 아니라 커쇼까지 잡아먹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잡아먹은 구렁텅이는 자꾸만 커져,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의 단초를 만들고 만다. 철저한 이중성과 복수와 반전으로 점철된 심리 서스펜스를 통해 피터 스완슨은 선과 악의 경계마저 무너뜨린다. 

“완벽한 살인, 범인이 절대 잡히지 않을 리스트.
누군가가 그 책들에 나오는 살인 방법을 성공적으로 모방했다면? 
결코 잡히지 않을 터였다.”

들킬 리 없는 완전범죄를 저지른 살인자를 잡을 수 있을까
고전 스릴러 소설 팬들을 위한 가장 완벽한 오마주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은 전설적인 스릴러 고전들을 한 권에 응집한 작품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아이라 레빈의 《죽음의 덫》, A.A. 밀른의 《붉은 저택의 비밀》, 앤서니 버클리 콕스의 《살의》, 제임스 M. 케인의 《이중 배상》, 존 D. 맥도널드의 《익사자》,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 등 작품성과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고전 스릴러들이 단서로 등장한다. 범인은 이 작품들에 등장하는 살해 방법을 모방해 살인을 거듭하지만, 단순히 재현으로만 머물지는 않는다. 예컨대 《ABC 살인사건》 속 범인의 살해 방식은 A로 시작되는 도시에서 A.A.라는 이니셜을 가진 사람을 살해하고, B라는 도시에서 B.B.라는 이니셜을 가진 사람을 알파벳 차례대로 살해하는 식이다. 반면 본 소설 속 범인은 이를 응용해 이름에 새(bird)가 들어가는 이들을 연속으로 살해한 후 새 깃털을 관할 경찰서에 보내는 것으로 해당 고전을 오마주한다. 범인을 추적하는 주인공과 FBI는 살인자가 어떤 식으로 살해 방법에 고전을 접목시킬지 전설적인 작품들을 들춰보며 추리를 거듭한다. 각종 오마주를 둘러싼 인물들 간의 추리를 통해 독자들은 고전을 새롭게 들여다보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피터 스완슨Peter Swanson

국내에 출간되어 10만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죽여 마땅한 사람들》로 “메스처럼 예리한 문체로 냉정한 악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가(《퍼블리셔스 위클리》)”, “무시무시한 미치광이에게 푹 빠져들게 하는 법을 아는 작가(《가디언》)”라는 찬사를 받았고, 뉴잉글랜드소사이어티북어워드the New England Society Book Award, 영국범죄작가협회에서 매년 최고의 스릴러 부문에 수상하는 CWA 이안플레밍스틸대거Ian Fleming Steel Dagger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두 번째 책 《아낌없이 뺏는 사랑》으로 “대담하고 극적인 반전을 갖춘 채 가차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보스턴 글로브》)”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 외 《312호에는 302호 여자가 보인다》로 NPR 올해의 책을 수상했으며,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로 “정점에 오른 스타일리시한 스릴러(《가디언》)”라는 평가를 받으며 ‘결코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마침내 멀비 요원이 입을 열었다. 
“아마 못 들어보셨을 거예요. 작년 봄, 코네티컷주 노워크 선로 옆에서 빌 만소라는 남자가 변사체로 발견됐어요. 매일 특정 열차를 타고 통근하던 사람이었는데 처음에는 사고로 기차에서 떨어진 줄 알았죠. 하지만 지금은 다른 데서 살해되었다가 선로로 옮겨진 걸로 보고 있어요.”
“들어본 적 없습니다.” 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뭐 떠오르는 거 없나요?”
“뭘 보고 말입니까?”
“빌 만소의 죽음이요.”
“아뇨.”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조금은 거짓이었다. 뭔가가 떠오르기는 했는데 정확히 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없는 것 같네요.” 내가 덧붙였다.
멀비 요원은 다시 기다렸고, 내가 말했다. “왜 날 만나러 왔는지 말해주시죠.”
그녀는 가죽 가방의 지퍼를 열더니 종이 한 장을 꺼냈다. “2004년에 당신이 이 서점 블로그에 썼던 리스트, 기억하세요?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리스트였죠.”  _ 18, 19쪽

1981년에 개봉한 〈보디 히트〉는 로런스 캐스던 감독의 저평가된 네오 누아르 작품이다. 그 영화에서 폭탄 전문가 테디 루이스는 명대사를 남긴다.
“근사한 범죄를 저지르려고 할 때마다 엿 될 방법이 쉰 가지는 돼. 그중에서 스물다섯 개만 생각해내도 천재지……. 그리고 넌 천재가 아니야.”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범죄소설들을 살펴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범죄, 다시 말해 완전범죄를 시도한 범죄자들—대다수는 죽거나 감옥에 갔다—이 수두룩하다. 그들 대다수가 궁극적인 완전범죄, 즉 완벽한 살인을 저질렀다.
다음은 내가 생각하기에 범죄소설 역사상 가장 똑똑하고 독창적이며 실패할 염려가 없는(그게 가능하다면) 살인을 저지른 작품들이다. 범죄소설 분야에서 내가 좋아하는 책들도 아니고, 이 책들이 걸작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범인이 완벽한 살인이라는 이상적인 개념을 거의 깨달은 작품들이다. _ 23, 24쪽

범인이 누구든 간에 단순히 내 리스트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범인은 나를 알고 있다. 잘은 모르더라도 약간은.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아니 확신하는 이유는 멀비 요원이 언급한 다섯 번째 피해자 때문이다. 록랜드의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일레인 존슨. 사실 나는 그녀를 알고 있다.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 이름을 듣자마자 내가 아는 일레인 존슨과 동일인이라고 확신했다. 예전에 비컨힐에 살았던 그녀는 우리 서점 단골이었고, 우리 서점에서 작가를 초대하는 낭독회가 열릴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아까 그 자리에서 멀비 요원에게 바로 말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앞으로도 꼭 말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기 전까지는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멀비 요원도 틀림없이 내게 숨기는 정보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도 이 정보를 숨길 것이다.
난 나 자신을 보호해야 했다. _ 44, 45쪽

이메일을 확인하려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포스팅이 그대로 있는 우리 서점 블로그를 다시 힐끗 보았다. 맨 밑에는 포스팅과 관련된 정보가 적혀 있었다. 작성자 이름인 맬컴 커쇼와 글이 올라온 날짜와 시간, 댓글이 세 개 달렸다는 표시. 내가 기억하는 건 두 개뿐이었으므로 새로운 댓글을 읽으려고 클릭했다. 가장 최근 댓글은 채 24시간도 안 되는 어제 새벽 세 시에 닥터 셰퍼드라는 사람이 작성했다. 나는 댓글을 읽었다. “리스트의 절반까지 왔네.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완료, 《ABC 살인사건》 마침내 끝. 《이중 배상》 격파. 《죽음의 덫》은 영화로 봤고. 리스트를 다 마치면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연락할게. 아니면 내가 누군지 벌써 알았을까?” _ 77, 78쪽

만약 그가 내 정체를 알아냈다면? 날 찾아내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으리라. (중략) 조금만 찾아봤다면 클레어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녀에게 남편이 있으며 그가 추리소설 전문 책방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그가 블로그에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에 관한 포스팅을 올린 적이 있고, 그중 하나가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이라는 사실도. 날 쉽게 찾아 냈을 것이다. 그다음에는? 에릭 앳웰을 죽이는 게 너무 즐거워서 계속 살인을 저지르고 싶었을까? 만일 그가 내 리스트를 향후 살인의 청사진으로 삼았다면? 내 관심을 끌기 위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이미 끌지 않았는가. 이 모든 게 일종의 게임일까? _ 129쪽